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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리지 않는 악바리, ‘1000만 흥행퀸’ 하지원
일교차가 커졌지만 여전히 극장가 최대 화제는 '해운대'(JK필름)다. 올 상반기 '박쥐'와 '마더'가 해줄 것으로 여긴 '1000만 클럽'에 '해운대'가 한국 영화 중 역대 5번째로 진입하며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네 자릿수 스코어를 경험한 CJ엔터테인먼트는 잔칫집 분위기이고, 설경구는 '실미도'에 이어 '해운대'로 두 번째 1000만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진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어디 그뿐이랴. 이 영화의 또 다른 흥행축이 하지원(31)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유난히 '결핍' 캐릭터를 자주 선보인 하지원은 '해운대'에서도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고아 연희로 나왔다. 사랑과 갈등, 환희와 슬픔을 오가는 메인 플롯의 여주인공으로 출연, 중심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음달 개봉하는 최루 멜로 '내 사랑 내 곁에'(영화사 집)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노리는 하지원은 그동안 어떤 궤적을 거쳤을까. 총명한 눈빛, 넓은 시야 하지원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를 처음봤을 땐 별 느낌이 없었다. 2000년 안성기와 공연한 그의 첫 스크린 데뷔작 '진실게임'. 당시 남양주 종합촬영소 B스튜디오에서 처음 대면한 하지원은 경찰서에서 취조 당하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여고생 역이라 교복 차림이었고 다소 주눅든 모습에 피부가 꽤 까무잡잡했던 기억이 난다. 현장을 찾은 대 여섯 명의 기자들은 죄다 안성기쪽으로 몰렸고, 하지원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 했다. 하지원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건 그로부터 2년 후. 영화 '폰'이었다. 공포 전문 감독인 안병기에게 발탁된 하지원은 이 영화로 '호러 퀸'이라는 닉네임이 붙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공포 영화 주인공→연예 정보 프로그램 MC('한밤의 TV 연예')→흥행작 타이틀 롤'이라는 스타덤 진입 3단계 과정을 충실히 밟으며 성장했다. '가위'에 이어 하지원을 캐스팅 한 안병기 감독은 "배우의 생명은 눈빛인데 하지원은 내가 일해 본 여배우 중 가장 눈빛이 살아있는 배우다. 신(scene)이 아닌 전체를 읽을 줄 아는 시야도 넓다"고 평했다. 촬영 감독이 앵글 속 피사체의 묘한 매력에 끌릴 경우 자기도 모르게 줌인하게 된다는데 하지원이 딱 그런 배우라고 안병기 감독은 비유했다  윤제균의 페르소나 '폰'이 2002년 하지원의 여름을 의미있게 해준 작품이라면 '색즉시공'은 '그해 겨울은 따뜻했다'로 기억될 만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당시 '해리포터'의 코를 납작하게 하며 빅 히트한 '색즉시공'은 한국에서 시도하지 않은 첫 캠퍼스 섹스 코미디였다. 한 지방대학을 배경으로 에어로빅과 차력 동아리 회원들의 좌충우돌을 담은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플레이보이(정민)에게 버림 받고 순수남 은식(임창정)과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은효로 출연했다. 극중 낙태 후 병실에 누워 은식의 마늘 차력쇼를 보며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던 하지원의 연기는 지금까지 깊은 잔상을 남긴다. 하지원은 '색즉시공'으로 윤제균 감독과 만나 '1번가의 기적'과 '해운대'까지 세 편 연속 호흡을 맞췄다. 윤제균 감독은 "뭐든 열심히 하는 진정성이 오늘날 하지원을 만든 비결"이라며 "'색즉시공' 때도 일부 에어로빅 장면에서 대역을 쓰겠다고 했지만 본인이 타협하지 않았다. 엔딩인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모두 소화하는 걸 보고 지원이는 뭘 해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의 이같은 '완전연소' 스타일의 연기 방식은 비단 '색즉시공' 뿐만이 아니었다. '형사: 듀얼리스트' 때는 두 달간 선무도를 배웠고, '1번가의 기적' 때는 석 달 넘게 권투 도장을 다녔다. 드라마 '황진이' 촬영을 앞두고는 집 마당에 줄을 설치해 외줄을 배웠을 정도다. 채옥으로 출연한 '다모' 때도 기사화되지 않았을 뿐 세 번이나 병원에 실려갔고, '황진이' 때도 밴에서 한 두 시간 토막잠으로 두 달을 견뎌야 했다.  '1번가…' 때 코뼈 맞아 휘기도 '1번가의 기적'에선 무에타이 현역 여자 복서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복싱 장면을 찍다가 세 번이나 링 위에서 실신했다. 합을 맞추고 시작했지만 몸을 쓰다보니 합이 헝클어져 코뼈가 휘는, 여배우로선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도 했다. 소속사 신승훈 사장은 "다른 여배우 같았으면 도중 하차했을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잘 하면 될 텐데 왜 저렇게 고생을 자처할까 싶었는데 어떤 작품이든 그 캐릭터로 살아야 거짓없는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뭐든 끝을 봐야 만족하는 하지원이지만 딱 하나 꺼리는 게 있다. 노출 연기다.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촬영하며 벌어진 에피소드 한 토막. 당시 발리의 한 리조트에서 하지원이 수영복을 입고 촬영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제작진과 하지원 측은 원피스와 비키니 수영복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고 결론이 안 나는 바람에 몇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최문석 PD는 버럭 짜증을 냈고 하지원은 대기실로 쓰인 커피숍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결국 원피스를 비키니처럼 찍는다는 다소 애매한 절충안이 나오며 그날의 소동은 일단락 됐다. 이에 대해 하지원은 "극 전개상 꼭 필요한 신이라면 노출 연기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색즉시공' 때도 감독의 디렉션에 군말없이 따랐다. 무조건 노출 연기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면 놓지 않는 악바리 요즘 영화계는 9월 개봉하는 '내 사랑 내 곁에' 김명민·하지원의 앙상블 연기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MBC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로 선굵은 연기를 보여준 김명민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찍은 이 영화가 과연 하지원의 대표작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운대'에 이어 이 영화까지 호평을 받는다면, 연말 주요 영화제 시상식의 엔딩도 장식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내 사랑 내 곁에'의 박진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왜 많은 감독들이 하지원과 일하려고 하는지 알게 됐다"며 "상대 배우의 리액션이 없는 상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뿜어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하지원이 여러 번 촬영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극 중 루게릭병에 걸려 꼼짝 못 하는 남자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장례지도사로 나온다. 눈을 껌뻑이며 상대와 의사소통하는 김명민의 연기 만큼 하지원이 얼마나 누선을 자극하게 될지도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매니저 문용성 실장은 "지원씨가 리얼한 연기를 위해 실제 장례지도사를 만나 염습과 입관 등 모든 장례 절차를 지켜봤다"며 "생과 사를 오가는 두 남녀의 깊이있는 사랑 얘기를 통해 하지원씨의 전혀 다른 면모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원은 묵묵히 자신의 문턱을 하나하나 넘고 있는 중이다. ■ 하지원은? - 본명: 전해림 - 신체: 168cm·45㎏ - 학교: 단국대 영극영화학과 - 가족: 부모와 1남3녀 중 둘째 - 데뷔: KBS '신세대 보고 100회 특집 수학여행'(97) - 주요 출연작 :드라마 '학교2'(99) '햇빛사냥'(02) '다모'(03) '발리에서 생긴 일'(04) '황진이'(06) 영화 '진실게임'(00) '가위'(00) '폰'(02) '색즉시공'(02) '신부수업'(04) '키다리아저씨'(05) '형사: 듀얼리스트'(05) '1번가의 기적'(07) '바보'(08) '해운대'(09) '내사랑 내곁에'(09) - 주요 수상 경력 : 대종상 신인여우상('진실게임' 00)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연기상(01) MBC 연기대상 초우수여자연기상(03)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발리 04) KBS 연기대상('황진이' 06) 국무총리 표창(선행연예인 08) 글=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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